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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끝은 거의 땅에 닿지 않는 것 같았다.아주 살짝 미세하게 지면을 스치는 정도의

탄력으로 앞으로 나가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거기다 앞서 가는 장항에 비해 내공

의 소모도 극히 적어 보였다. 미세한 한 줌의 힘으로 십여 장을 이동하는 이정한

의 모습에 초일의 머리에 경공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대별산은 하남성, 호

북성과 안휘성의 경계에 있는 굉장히 큰산이다. 사람들은 대별산의 줄기가 황하와

황하의 줄기인 준하 유역으로 갈라져 있어 회산(懷山)이라고도 부른다. 그런 대별

산의 산중 안휘성의 경계에 있는 노문봉(路門峯) 정상에 짙은 어둠 같은 흑색의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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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자가 해가 지는 어둠을 등지고 서 있었다.멀리서 본다면 하나의 검은 바위라고 연

상될 정도로 미세한 움직임조차 없었다. 게다가 산의 정상이면 당연히 바람이 불기

마련인데 주위의 바람도 그 인물의 옷자락을 움직이지 못했다.처음 이곳에 오르는

그저 검은 바위라고 생각될 정도로 주위와 동화가 잘 되었다. 주위가 검게 변하며 하

나둘씩 별들이 보이기 시작하자 검은 바위 앞에 또 하나의 검은 그림자가 나타났다.

“찾았습니다!”딱딱하면서도 인성이 보이지 않는 차가운 목소리였다. 검은 인영의 말

에 검은 바위는 갑자기 커지더니 하나의 인영으로 변했다. 그리고 마치 죽음의 목

소리 같은 매우 스산한 목소리가 바람결에 조용히 들렸다.”시작해라, 한 치의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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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함도 없어야 한다. 기필코 죽여야 한다.””넵, 대주님.”그렇게 대답한 검은 인영이

사라지자 대주라는 검은 인영은 소리 없이 웃었다.어둠 속에 드러난 그의 하얀 이

가 매우 섬뜩했다.’초일…, 금마님과 비등하다니…, 하지만 너는 죽을 것이다. 우리

집마전은 피는 피로 갚는 것이 철칙!’그렇게 중얼거린 검은 인영은 소리도 없이 땅

으로 스며들었다.붉게 타오르는 모닥불 위에 누렇게 익어 가는 토끼는 사람의 입

안에 침을 고이게 하는 마력을 지닌 음식이다. 장항은 침을 삼키며 아직 익지도

은 고기를 손에 쥐고 이정한의 눈치를 살폈다. 이정한이 그런 장항을 매섭게 노

려보자 장항은 헛기침을 했다.”이봐, 난 거지라고. 거지가 달리 거지야? 항상 배

고픈 게 거지라고, 온전한 음식은 거의 먹지도 못해, 그러니 이해하라고!”장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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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말하며 설익은 고기를 입에 가져가 한 입 물었다. 기름이 줄줄 나오고 맛

있게 먹는 모습에 이정한도 침을 삼키며 고기에 손을 가져가 베어 물었다.”아휴

…, 질겨!””후후!!”이정한이 고기를 물고 인상을 쓰며 질기다고 하자 초일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흘렸다. 그 모습에 천여랑이 떠오른 것이다. 갑자기 그녀가 떠오른

이유는 자신도 몰랐다. 단지 이렇게 밖에서 노숙을 하게 되자 그녀와의 일이 생

각난 것이다.”뭐야? 왜 웃는 건데? 뭐가 그렇게 우습지?”초일의 웃음에 이정한은

뭔가 비웃음을 당한 것 같아 싸늘한 얼굴로 다그쳤다. 그런 이정한의 모습에 초

일은 다시 무심한 얼굴로 주섬주섬 고기를 먹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