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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할 수 있었다.종이 쪽지를 들여다보고 있던 아가씨는 얼굴이 금시에 새빨개졌다.

다음 순간에는 또 이상야릇한 빛깔로 변했다. 아가씨는 긴 한숨을 가볍게 내쉬기도 했

다. 종이 쪽지에 적혀 있는 글 투로 보아서 오 년 동안 그 사람 역시 자기와 마찬가지

로 안타깝게 그리워하며 살아 왔다는 것을 넉넉히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아가

씨는 자기가 앞을 내다보는 안목에 틀림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 사람은 이미 놀랄 만

큼 장성해서, 유명한 스승을 섬기고 무술을 공부했으리라는 점‥‥‥‥ 그러나 유감스런

점은 그 사람이 이번에 봉명장에 침입한 것이 오로지 자기 때문이 아니었고, 악독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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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무도한 아버지와 오빠를 찾아서 원수를 갚아 보려고 나타났다는 사실이었다. 이

점을 생각하면, 아가씨는 한없이 서운했다.아가씨는 안타깝게도 그 사람이 다시 한

번 더 나타나기를 기다렸다.’그때에는 내가 나서리라.”그 사람에게 열렬한 사랑을

, 모든 일을 알아듣도록 설명하고, 무기(武器)를 옥백(玉帛)으로 변하게도 할 수 있으

리라.’그러나 사건이 발생했던 그날 이후, 그 사람은 두 번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이제 열두째 마님이 행방 불명이 됐다는 말을 듣고 곰곰 생각해봤다.’열두째 마님은

어떤 사람이 납치해 가지 않는 이상, 우리 장을 떠날 여자가 아니다.”누구에게 납치되

어 갔다면, 그 사람을 제외하고 누가 그런 짓을 하랴?”바로 그 사람이? 그건 또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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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닭에? 그가 이 며칠 동안 두 번 다시 봉명장에 나타나지 않는 것은 바로 열두째

마님에게 마음이?’아가씨는 그 이상 더 생각하기가 싫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까닭을

알 수 없는 안타까운 심정으로 긴 한숨을 땅이 꺼지도록 내쉴 뿐이었다.멀리 바라다

보이는 산. 그것은 어지럽고 흐리멍텅했다. 마치 아가씨 자신의 가슴속같이‥‥‥홀연, 이

때 아가씨는 한 마리의 이름 모를 새가 하늘 높이 날아가며 앞서 달아나는 새를 쏜살같

이 쫓아가는 것을 바라다봤다. 그 광경은 아가씨에게 어떤 결정적인 계시를 주는 것 같

았다. 아가씨도 바람처럼 훌쩍 몸을 돌이켜서 자기 방으로 돌아왔다.그날 밤, 보랏빛 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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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에 단검(短劍) 한 자루를 등에 멘 아가씨는 한 필의 새빨간 말을 타고 봉명장에서 살

그머니 빠져 나왔다. 그 이튿날 새벽에 곧장 신계(辰谿) 성안에 다다랐다.신계란 고장은

세상 사람들이 추운검객(追雲劒客) 소운(邵雲)이란 사람의 고향이라고 일컫는다.그러나

추운검객은 몰락해 버렸다.전해지는 말에 의하면, 어떤 원한을 품은 사람에게 집안 식

구들이 몰살을 당해 버렸다는 것이었다. 후대를 이을 만한 어린 아이 하나도 살려 두

지 않았다고 했다.성수신검 정기봉과 추운검객 소운은 팔배(八排)의 예를 갖추고 사귄

절친한 친구들이었다.소운의 원수를 갚아 주기 위해서, 일찍이 정기봉은 봉명장의 전